한국문화재재단 진옥섭 이사장 창립40주년기념 인터뷰

1980년 한국 문화재의 보호•보존•보급 및 활용과 전통생활문화의 창조적 계발을 위해 설립된 한국문화재재단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이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로 알리기 위해 국제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가 지난 2월20일 한국의집에서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문화재재단의 국내외 진행 사업과 앞으로의 사업 중점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다음은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질문: 한국문화재재단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요?
답변: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재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그 사업 영역들이 굉장히 넓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분들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의 한국전통문화센터를 시작으로, 궁중문화축전, 창덕궁 달빛기행 등 궁궐활용사업이 이루어지는 서울의 고궁들,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에서의 만찬과 연회, 무형문화재 지원을 통한 공연, 전시, 문화체험, 교육, 출판, 영상제작 등 국내의 각종 전통문화 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문화재재단의 주요한 사업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 국비지원 소규모 발굴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20년이 넘는 발굴조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해외에서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의 세계유산 보존 복원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유산 보존 및 전승, 활용 업무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한국의집 전경
서울시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한국의집 전경

질: 한국문화재재단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답:
답변에 앞서 재단의 발전과정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979년 정부의 문화재보호관리단체 통합 계획에 따라 1980년 4월 1일 한국문화재보호협회로 출발하였습니다. 설립초기 당시 3개 부서에 임직원 23명, 예산은 2억 6,000만원 규모로 출발하였습니다. 초라한 규모였으나, 당시 혼란한 사회상과 문화의식이 부족한 시대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보급 및 활용과 전통 생활문화의 창조적 계발이라는 공익 목적을 가지고 새롭게 출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으로부터 이관 받은 3대 대표사업, 즉 국가무형문화재 마당종목•무대종목 발표공연, 전승공예대전과 문화재보호운동에 주력하였습니다. 이외에 1957년부터 정부에서 외국인 귀빈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빈관의 기능으로 사용하던 한국의집을 지금의 한옥양식으로 전면 개보수하여 1981년 2월부터 새롭게 문을 열고 재단에서 전통 생활문화의 보급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관리, 운영하였습니다. 이후 수문장교대의식을 시작으로 궁궐활용사업들이 확대되었으며, 인천국제공항 내 한국전통문화센터, 세계유산 보존•복원을 위한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 사업 등의 문화관광자원화 및 해외교류 사업들이 확대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재단의 명칭도 수차례 변화를 갖게 됩니다. 한국문화재보호협회로 출발하여 한국문화재보호재단으로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한 법정법인화 과정을 거쳐, 문화유산의 활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문화재재단으로 명칭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재, 재단의 조직은 11개부서 28개팀, 인원은 400여명이 되며, 무엇보다 금년에 재단 예산규모가 처음으로 1,000억을 넘어섰습니다. 설립초기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아 여전히 인력과 예산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국의집 전경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국의집 전경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질: 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제교류 및 해외 사업이 있으신가요?  
답: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국문화재재단은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 사업도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 및 보존처리 능력을 확대하여 세계문화유산 보존, 복원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쉽게 말씀 드리자면, 이웃나라의 훼손된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들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내 프레아피투 사원을 복원, 코끼리테라스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문화재청과 함께 라오스 왓푸 세계문화유산 내 무너진 채 방치된 홍낭시다 사원을 보존하고 복원하고 있으며, 세계3대 불교유적지인 미얀마 바간 유적의 벽화 보존 관리 지원 등의 협력국 세계유산 보존 관리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라오스 홍낭시다 유적은 세계유산 왓푸사원의 남쪽으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12세기에 건립된 힌두사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붕괴와 매몰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한국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보존 복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문화유산 해외 공적개발원조 대상 중 한국이 지원하는 첫 대상지이기도 합니다. 작년 2월에는 홍낭시다 사원 보족 복원 과정에서 금동요니(힌두교에서 여신을 상징하는 여근상으로 남신을 상징하는 링가(Linga/남근상)와 결합된 상태로 봉안)가 출토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캄보디아 앙코르유적은 문화재 올림픽의 현장입니다. 총 17개국의 나라들이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7번째 마지막 나라로서 참여하는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팀이지만, 국내에서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수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께서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에 한국국제협력단과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이 공공협력사업으로 추진 중인 앙코르유적 내 프레아피투사원 보존•복원 현장을 방문하여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하였는데요. 2015년부터 시작하여 2018년 까지 1차 사업을 무사히 마친 상태입니다.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저희 재단의 연구원인 김지서 소장과 박동희 박사가 지난 12월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훈장을 수훈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캄보디아 정부는 프레아피투 사원의 계속적인 복원정비 뿐만 아니라 코끼리테라스의 복원정비를 추가로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한국국제협력단과 압사라청은 2018년 12월 5일 시엠립에서 2차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2차사업을 2023년까지 추진할 예정입니다.

한국의집 중정마당 전경
한국의집 중정마당 전경

미얀마 바간 유적은 11~13세기에 건설된 약 3,800여기의 사원과 탑들이 잘 보존된 미얀마 최대의 불교 유적지로,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바간 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2019년 7월, 제43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과 함께 바간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또한, 2016년 지진으로 손상된 바간 유적의 사원 중 약 400여기의 복구 지원을 위해 작년부터 ‘미얀마 바간 벽화 보존처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년 10월에는 미얀마 파야똔주 사원 보존•복원사업에 참여하는 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 연구원들이 직접 재능기부 강사로 나서, 바간지역 청소년들에게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실질적인 진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고고학체험교실’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무형유산 분야 자문기구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 심사기구로 선정되어 다양한 국제교류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유산 보존•복원 지원사업과 국제교류 사업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공연과 전시 등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국의집 중정마당에서 바라본 환벽루
한국의집 중정마당에서 바라본 환벽루

질: 재단에서 운영하는 여러 문화공간 중 한국의집이 대표적인 공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집의 역사와 의미를 잠시 소개 해주십시오.
답:
알고 계시다시피 한국문화재단은 선정릉쪽에 위치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과 대치동에 위치한 한국문화의집KOUS,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집 등 여러 문화공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의집은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았던 집현전 학사 박팽년 선생의 사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관저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낮 12시에 일왕이 항복선언을 하여 광복을 맞았습니다.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4시간전인 오전 8시 마지막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었던 엔도 류사쿠[遠藤柳作, 재직기간 1944~1945] 정무총감이 여운형 선생을 관저인 이곳 한국의집으로 불러 일본의 패전소식과 이에 따른 국내의 치안권을 넘기겠다는 소식을 국내에 처음 알린 뜻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충신의 반열에 올랐던 이의 집터에 세월이 흘러 일본 제국주의 권력자의 관저가 자리잡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으론,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한 곳이라는 의미로 여겨집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8군 사령관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노르망디상륙작전에 참가하였으며 발지전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퇴역 후에는 한미재단(韓美財團) 총재를 지내며 한국 재건 및 문화사업에 많은 공적을 남겼다. )의 숙소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한국의집은 1957년 국가 귀빈을 위한 정부 주요시설로 대대적인 단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대통령실 직속 공보실에서 ‘한국의집’이라는 간판도 처음 내걸고 영빈관의 기능으로 활용하였던 것이죠. 군사정권 하에서는 ‘한국소개관’으로 잠시 이름을 바꿨다가 1978년 ‘한국의집(Korea House)’으로 다시 명칭을 찾고 이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1981년 2월 지금의 한국의집을 개관하게 됩니다. 현재는 국내인 및 외국인을 위한 궁중음식을 기반으로 한 전통음식 보급과 전통예술공연, 전통혼례 및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질: 앞으로의 중점 경영 방향은?
답:
일단, 금년에 계획된 일들을 차질없이 잘 진행해 나갈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해외에 알리는 사업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 조선일보에 일본 정부가 모든 외교관에게 '사케(酒) 교육을 시킨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외교관을 일본 음식문화 전파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의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전통음식문화에 대한 교육은 우리나라 외교관에게도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음식문화는 외교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너무 늦은 감도 있지만, 외교관 및 해외근무자들에게 한식에 대한 영어 설명 교육은 앞으로 필수 사항이 될 것입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한국의집을 바탕으로 궁중음식을 기반으로 한 전통음식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러한 해외근무자들을 대상으로하는 전통음식 문화 교육을 펼쳐 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 우리의 전통궁중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궁중음식 시연 시범단>을 조직하여 해외에 궁중음식 조리시연을 펼치고자 합니다.

지난 해 한국의집에서는 한국 궁중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궁중한식으로 만나는 EID Dinner Reception’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이슬람문화권과의 교류는 1,000여 년 전 삼국시대부터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공식적인 문헌기록으로는 『고려사』에 기록된 것으로, 고려후기인 13세기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한식에 단맛을 선호하는 무슬림들의 식문화를 고려하여 40여종의 전통궁중음식을 선보였습니다. 행사에는 21개국의 주한 이슬람권 외교관 및 가족과 동료들이 참여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국 궁중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변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남방지역과 몽골, 중앙아시아, 연변 등 북방지역을 아우르는 ‘화이트로드’를 통해, 고려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사업 등 문화유산을 통한 제3의 한류의 물결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한국문화재재단은 세계유산 보존•복원 지원사업 뿐 아니라 전통음식 과 전통문화를 소재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들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널리 퍼져 나가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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