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숙 문화재청장 코리아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서 2020년사업계획 발표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은 개청 20년을 맞이하여 미래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는 우리 유산'으로 문화유산 미래 정책 비전을 선포했다.
코리아포스트 미디어는 비전 선포 후 첫 해를 맞은 문화재청 정재숙 청장과의 단독 인터뷰 자리서 올해 사업계획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질문: 문화재청의 2020년 새해 주요업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변:
올해 문화재청 예산은 정부 전체예산 대비 0.19%에서 0.21%로 대폭 증액되어 1조 911억 원입니다. 이는 작년보다 1,904억이 증액된 것으로 문화재청 개청 이래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화재 행정이 문화재 보존․관리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문화재 활용을 넘어 국민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재 행정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생활수준 향상, 주5일제 정착,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대비 문화․관광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 행정의 국민서비스와 공공가치 증진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문화재 활용과 문화재 정책기반, 궁능원 관리 분야 등에서 대폭 증액되었고, 특히, 역사문화자원 발굴(51억)과 문화유산 실감형 콘텐츠 개발(197억), 궁능원 활용콘텐츠 개발운영(165억),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43억), 취약계층 문화유산 향유(30억) 등 미래 전략과제와 실감형 콘텐츠, 신규사업, 국민참여예산 등의 예산을 확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예산 증액에 따라 ① 종전의 지정문화재 중심에서 비지정문화재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문화재 보호체계의 도입, ② 문화재 분야 첨단 과학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대국민 문화향유 기회 증진, ③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인 궁능원 관람환경 대폭 개선, ④ 사회적 배려계층을 위한 장벽 없는 문화재 관람환경 조성 등의 사회적 가치실현 및, ⑤ 다양한 신규사업 발굴을 통한 새로운 문화재 행정영역의 개척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질문: 문화재 보호를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답변:
안전 최우선 문화재의 활용적인 면이 부각됨에 따라 기본적인 보존 관리나 방재분야가 소홀히 다뤄지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문화재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책 방향은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 문화재 재난안전 관련 예산으로 전년대비 약 27% 증액된 317억을 확보함에 따라 국보, 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었던 사적, 국가민속문화재 등의 방재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힘쓸 계획입니다.

또한 첨단기술 적극도입 문화재를 안전하게 지키는데 4차산업 시대에 맞는 핵심기술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 IOT 기술을 적용한 CCTV 설치로 불법침입자 감시시스템 구축 ▲ 전기화재예방 ICT 시스템 도입 ▲ 문화재 재난대비를 위한 예찰 활동과 피해상황 파악 등에 드론 기술을 적용할 것입니다.

비지정문화재 도난방지 문화재의 경우 국보, 보물 등 지정문화재보다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가 더 많으며 이러한 비지정 문화재의 도난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우리 청 문화재 사범단속반에서는 비지정문화재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도난예방 홍보, 도난문화재 도록 배포, 안내문 발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찰이나 문중 등 다량 문화재 소장처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보안시설을 확대하는 등 안전한 비지정문화재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에 산재해 있는 비지정 역사문화자원들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멸실‧훼손된다는 문제 인식하에 역사문화자원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대구‧경북‧강원 지역을 시작으로 5개년에 걸쳐 전국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왼쪽)이 선정릉에 방문하여 문화재 안내판 점검을 하고 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왼쪽)이 선정릉에 방문하여 문화재 안내판 점검을 하고 있다.

질문: 우리문화와 북한과의 남북교류 사업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요?
답변:
남북교류는 대외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과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조사와 같은 남북협력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유산은 민족공동의 유산으로 상호간에 이해와 협력이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유산은 남북 교류협력에 있어 다른 분야보다 합의가 비교적 용이하고, 남북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중요한 협력분야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조사와 같은 협력사업이 여러 정치적 상황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화재청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도 문화재 분야에서 먼저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우선, 대통령께서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하셨던,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고, 또한 개성만월대 공동조사,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등 유형별로 필요한 협력사업을 다양하게 제안해 나갈 예정입니다.

당분간 남북 문화재 교류 사업은 대외변수가 많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개성만월대 남북공동조사나, 태봉국 철원성 조사 같이 계속사업이나, 이미 합의된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추진을 적극 제안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행사를 계기로 남북간 교류기회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앞줄 가운데)이 지난해 열린 ‘한반도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앞줄 가운데)이 지난해 열린 ‘한반도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질문: 궁과 능을 활용한 콘텐츠 인기가 높습니다. 올해는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답변:
문화재의 특성과 의미를 살린 다양한 콘텐츠(체험, 공연, 전시 등)를 발굴하고 궁궐이 문화콘텐츠를 활용하는 장소로써 기능한다면 이는 곧 궁능의 문화유산 보존과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9. 1. 궁능유적본부 출범 이후 궁능(4대궁, 종묘, 조선왕릉) 관람객수: 전년 대비 17.8% 증가한 1천339만명 (역대 최다 관람객)

지난해 궁궐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수가 전년대비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는 궁중문화축전 성공적 개최 및 지속적인 궁궐 활용 프로그램의 브랜드화와 야간특별관람, 비공개구역 개방, 외국어 해설사 확대 등 다양한 궁궐 활용콘텐츠 확충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 궁중문화축전 연 1회→ 연 2회 ▲ 경복궁 야간특별관람 기존 71일→ 90일 이상 ▲ 창덕궁 달빛기행 기존 102회→ 112회로 확대하고, ▲ 조선왕릉문화제 첫 개최, ▲ 왕릉 역사문화관 개편 ▲ 테마형 숲길 조성 등 왕릉 관람객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도 대폭 마련할 계획입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소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민속극장 풍류)에서 2019 국가무형문화재로 새롭게 인정된 보유자들과 보유단체들에게 인정서를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소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민속극장 풍류)에서 2019 국가무형문화재로 새롭게 인정된 보유자들과 보유단체들에게 인정서를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질문: 가야사와 관련해서 올해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답변:
올해 문화재청의 가야 관련한 사업으로는 ‣ 김해 봉황동 유적 등 영‧호남 중요유적 발굴조사, ‣ 발굴‧학술조사 등으로 가치가 새롭게 규명된 유적‧유물에 대한 문화재 지정, ‣ 가야문화권 유적정비 사업계획에 따른 체계적인 보수정비, ‣ 디지털 기반의 가야사 연구 아카이브 구축, ‣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이 있으며,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으로는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이 있습니다.

특히, 가야역사문화센터는 그간 흩어져 있던 가야문화권 관련 자료와 성과를 아카이브로 통합관리하고 가야 관련 정책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기 위한 곳입니다.

또한, 가야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예산도 내년 공사착공을 위해 올해 신규로 *42.7억을 확보해 기본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 가야역사문화센터 총사업비(299억) 중 설계비 11.8억, 시설비 30.87억원

2023년에 개관하게 되는 가야역사문화센터에서는 ▶ 영․호남 가야 문화권(5개 광역시도) 유적들의 위치정보와 현황DB를 통합 관리하고, ▶ 발굴기록물(도면, 사진 등) 및 국내외 자료 아카이브 수집․통합 관리 ▶ 데이터 관리 및 분석, 정책연구 지원 ▶ 유물전시와 야외 공원, 개방형 수장고를 통한 가야문화 향유 ▶ 가야 관련 기관(박물관, 연구소 등) 간 정보 공유, 가야사 왜곡 공동대응 및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재청이 서울 세종로 소재 국립고궁박물관 1층 카페 공간에 개관한 ‘디지털문화유산 나눔방’에서 관람객들이 문화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체험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서울 세종로 소재 국립고궁박물관 1층 카페 공간에 개관한 ‘디지털문화유산 나눔방’에서 관람객들이 문화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체험하고 있다.

 

질문: 요즘은 디지털 갤러리라고 해서 굳이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많은데요, 문화유산도 디지털로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요?
답변:
최근 몇 년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지구촌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IT기술의 혁명은 산업의 영역뿐만 아니라 관광, 의료, 국방,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문화유산의 향유방식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유럽의 국가들이 빠르게 문화유산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가 시작 되면서 국민들의 기대와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는 2011년도부터 ‘석굴암’, ‘팔만대장경’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제작하여 문화유산 채널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고, 아울러 이 콘텐츠들을 미래의 문화유산 지킴이가 될 어린이들을 위하여 초중등 교육기관에 무료로 제공하여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로 구현한 문화유산 현황 - ▴(‘11) 석굴암,팔만대장경,승무 ▴(’12) 융릉, 건릉 ▴(‘13) 창덕궁, 줄타기, 하회별신굿 탈놀이 ▴(’14)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서원) ▴(‘15) 서울 한양도성, 태평무 ▴(’16) 안동하회마을 ▴(‘17) 수원화성 ▴(’18) 고인돌, 통도사, 석굴암 ▴ (‘19)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 콘텐츠, 창덕궁 다면영상

또한 지난 2월 4일 국립고궁박물관 1층에 ‘디지털문화유산 나눔방’을 개관하여 다양한 디지털 문화유산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나눔방에서는 수원화성, 석굴암, 독도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국내 최신기술로 제작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조선 건국이래 현재까지 광화문을 중심으로 하는 한양도성 600년의 문화유산들을 디지털로 복원‧재현하는 ‘한양도성 타임머신 프로젝트’ 사업을 3개년 사업으로 추진하고, 이 사업이 완료되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통해 조선시대 한양 거리와 일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서울 세종로 소재 국립고궁박물관 1층 카페 공간에 개관한 ‘디지털문화유산 나눔방’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첨단 디지털기기로 문화유산들을 체험해보고 있다.
문화재청이 서울 세종로 소재 국립고궁박물관 1층 카페 공간에 개관한 ‘디지털문화유산 나눔방’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첨단 디지털기기로 문화유산들을 체험해보고 있다.

질문: 청장님의 중점경영과 문화재청의 미래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답변:
지난해 6월 11일 문화재청은 ‘미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우리 유산’으로 ‘문화유산 미래정책 비전’을 선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 지역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 ▲ 소도시 활성화와 지역 간 균형, ▲ 점, 선, 면, 역사인문 공간 보존, ▲ 비지정문화재도 포함하는 포괄적 보호, ▲ 가치 보존과 창출의 방향으로 문화유산 관련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비전 선포 후 맞는 첫 해인 만큼 비전에 담긴 새 정책들을 충실히 담은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2020’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관광자원으로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고, 많은 방문객이 문화유산을 찾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유산을 포함해 국내 주요 문화유산을 관광코스로 연결하여 국 내‧외 관광객 특히 외국 관광객이 쉽고 편리하게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창구이자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기본적으로 문화재를 원형 보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원형 보존의 가치’와 더불어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문화유산과 국민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함께하는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많은 정책 사업들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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