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방역 접근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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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방역 접근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3.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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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중국인 유학생

다음 기고문의 필자는 현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이자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인휘 교수이다. 그는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안민정책포럼 부회장으로 역임했으며, 2017년 부터 2019년까지 청와대 안보실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편집부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수학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16만명이 넘어섰고, 이 중 중국에서 온 학생 숫자만도 6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0년대 이후 한국으로 유입하는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급증한 결과인데,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고등인력을 배출하는 주요 국가가 된 셈이다. 수도권이건 지방이건 대학들마다 외국인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한 마디로 한국의 대학 캠퍼스는 작은 지구촌 사회가 되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진학 인구가 절대 부족한 현실이니,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유입은 오히려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 전망은 없어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가 진땀을 빼고 있다. 스무 살부터 삼십년이 넘게 대학 근처를 떠나 본 적이 없는 필자에게 바이러스로 인한 대학의 개강 연기는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처음에는 겨울 방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을 염두에 둔 조치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확산으로 이어진 상황인지라, 대학 캠퍼스의 일시적인 기능 상실은 모두를 위해 불가피해 보인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활기찬 표정들이 넘쳐났으나, 올 해에는 유난히도 대학의 모습이 썰렁해 보인다. 특히나 세계 곳곳에서부터 한국을 찾은 유학생들로 인해 하나의 작은 지구촌과 같았던 대학의 모습을 더더욱 찾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견 초기 시점부터 중국에서 유입하는 사람들을 적극 차단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적잖은 논쟁을 겪고 있다. 그러한 조치의 과학적인 실효성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우한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으므로, 전혀 의미 없는 논쟁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방역이라는 접근이 중국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배우러 오겠다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정치 안보적으로는 서로 으르렁대지만 경제사회적 상호 의존성은 도저히 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굳이 인접한 중국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컴퓨터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세계 구석구석 방문하지 못 할 곳이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와 주식매입이 가능한 시대다. 글로벌 사회는 갈수록 통합 지향적이고 세계시장은 하나가 되고 있다. ‘트럼피즘’과 같은 주요국의 이기주의가 넘쳐나고 브렉시트가 요란하지만 대략 지난 300여년 동안 거대한 지구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은 계속되었고, 지금은 일종의 조정기라고 보는 게 맞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전체주의와 혁명적 변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차 대전을 경험한 유럽의 지식인 포퍼에게 나치즘과 공산주의와 같은 획일적 정치문화는 경멸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열린사회의 적들은 사뭇 새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폐쇄적인 사회문화가 ‘우한 폐렴’의 비극을 빚었기에,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적 전통을 가로막는 21세기 전체주의는 열린사회의 한 적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두려움 역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열린사회의 적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한 나라로서 우리에게 닥친 열린사회의 적들을 당당하게 마주하자. 국가 차원의 방역 시스템 강화는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배척하는 마음의 편협함은 결코 환영할 수 없다. 소위 비말(침 혹은 재채기)에 의해 전염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잦아 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식이 되었듯이, 이미 경험한 메르스(MERS)와 사스(SARS)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라는 마을에서 불필요한 열린사회의 적들을 만드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과학의 힘을 빌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 외교의 힘을 빌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 생활 규칙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마지막으로 우리의 마음가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들어 대학 캠퍼스가 평화롭고 역동적인 작은 지구촌의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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