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진과 판소리, 비와 인생”에서 사기를 말하는 부장검사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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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진과 판소리, 비와 인생”에서 사기를 말하는 부장검사 임채원
  • Lee Kyung-sik
  • 승인 2020.05.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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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속으면서 성장하고, 사기범은 수사를 받으면서 진화한다.” 요즘 스타강사로 뜨고 있는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단장인 임채원 부장검사(시법연수원 19기)의 말이다. 그는 이번 달 19일 저녁 7시 전주시내에 있는 오즈하우스에서 사단법인 ‘전북문화예술 아카데미’(JAKA, 원장 배정렬)의 주최로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친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2년 8개월 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강연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번이 28번째 강연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그는 작년 KBS전주방송(50분), 금년에 JTV 전주방송(30분)에서 사기예방 토크쇼도 했다. 유튜브에 그 방송내용이 올라가 있다. 사람들이 그에게 “사예검”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 의미는 “사기예방검사” 라는 것이다.

검사생활이 31년째인 그는 20년이 지날 때쯤 사기에도 일정한 패턴(Pattern)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한 개의 단어나 문구가 누락되는 바람에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사기범이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 그는 많은 사기사건을 취급하면서 피해자들이 자주 범하는 비슷한 형태의 오류들을 잘 정리하여 국민들에게 알린다면 사기사건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은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고소를 했을 때 비로소 피해내용을 알 수 있으나 그 시점에는 확보된 증거가 별로 없으며, 사기범은 이미 재산을 전부 타인명의로 해 놓았기 때문에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집행할 재산이 없다.

과거에는 사기치고 공소시효(10년)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으면 되지만, 요즘은 CCTV나 휴대폰 위치추적이 가능하므로 도망가도 잡히게 된다. 요즘 사기범은 사기를 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증거를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전혀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따라서, 이러한 증거의 불균형을 검사의 실력과 열정으로 극복해야 한다.

사기범은 왜 계속 사기를 칠까? 그 이유는 한마디로 “사기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사기를 쳐도 피해자의 21.5%만 고소하고, 그 중 20% 정도가 기소되며, 기소해도 법원에서 극히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사기범은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하여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데,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사기범이 교도소에서 차라리 징역을 살겠다고 하면서 피해금액을 갚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유능한 검사도 더 이상 피해자를 도와줄 수 없다. 이것이 수사기관의 태생적인 한계이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임채원 부장검사는 ’사기 예방을 위한 사전조치(5개 항목)’와 ‘사기 피해 후 사후 조치(3개 항목)‘을 말하면서 ‘오삼불고기’를 기억해 달라고 한다. 기억하기 쉽게 오징어의 ‘오’, 삼겹살의 ‘삼’자를 따온 것이다.

’사기 예방을 위한 사전조치’에는,『▲재고·확인하고, 담아라!, ▲첫 느낌을 믿어라!, ▲세상에 공짜가 없다!, ▲문서나 증거를 남겨라!, ▲ 반대문서를 받아라!』가 있다 한다.

그는 ‘전화가로채기’라는 사기수법을 몰라 3억 원을 보이스피싱 당한 교사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인터넷으로 부동산등기를 열람하거나 주민등록증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전세금 사기, 가상화폐 사기, 다단계금융 사기의 예방하는 방법을 말했다. 문서나 증거 남기기 부분과 관련해서는, 계약서의 중요부분을 반드시 자필과 무인(拇印)을 받고, 백지에 서명날인해 주는 것은 절대금지, 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반드시 내용을 읽어보고, 차용증을 작성할 경우에는 그 대여금의 용도를 반드시 기재할 것과, 투자약정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가급적 ‘원금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문서를 작성할 상황이 아니면 카톡문자를 남기거나 녹음할 것을 당부했다.

‘사기 피해를 당한 후 사후 조치‘에는,『▲받을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포기하라!, ▲사기가 확실하면 빨리 고소하라!, ▲외상합의는 절대하지 말라!』가 있다고 한다.

평소 재즈나 팝송가사를 번역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빌리진(Billie Jean)이라는 노래의 가사와 동영상을 분석하여, 마이클잭슨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문 워크(Moon Walk)'를 하는 이유, 사기범의 특징, '남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신하면 사기죄가 되는지?',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마이클잭슨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항상 모자를 벗어 관중들에게 던지는 이유 등을 찾아냈다.

또 그는 전주에서 명창으로부터 9개월간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수궁가와 심청가 중에서 사기죄와 관련되는 부분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 도중 청중의 요청으로 심청가의 한 대목인 ‘뺑덕이네 심술타령’을 부르기도 했다.

‘인연’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고(故) 피천득 선생님의 ‘비와 인생’의 일부분을 낭송하면서 사기과 우산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다.

“사기라는 주제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 것인데,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으니 언제 2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강의를 들으니 앞으로는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것이 그날 참석한 사람들의 말이다.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사기죄로 실형 4년이 선고된 희대의 사기범 장영자씨를 4번째로 구속한 장본인이다.

임채원 부장검사는 “검사가 게으르면 피해자가 운다.”라는 말을 하면서 최근 범행 수법 등에 대한 연구와 진실발견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기예방을 위해서는 사전, 사후조치 내용을 아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생활에서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검사때는 서울과 부산지검에서 사기사건을 주로 조사하는 조사부, 2016년 1월부터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2년 7개월 근무), 2017년 7월부터 현재까지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서 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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