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김포문학상…전국서 326명 참여에 시·소설·수필 1,109편 모여
대상에 최재영, 우수상에 이용호·배철호·진서우

(사)한국문인협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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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가 진행해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김포문학상 대상에 최재영 씨(경기도 안성시)의 시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이용호 씨(서울시 노원구)의 시 ‘파키라 여인’과 배철호 씨(경기도 하남시)의 소설 ‘코로나 학교’, 진서우씨(경기도 김포시)의 수필 ‘타운하우스 사람들’이 뽑혔다.
장년부 신인상에는 안정숙 씨(김포시 북변동)의 시 ‘실종된 계절’과 한미선 씨(김포시 구래동)의 수필 ‘외할매집 고야이야기’, 청년부 신인상에는 이정훈 씨(김포시 걸포동)의 ‘사막의 알츠하이머’, 목명균 씨(김포시 감정동)의 수필 ‘삶이 담긴 국밥 한 그릇’이 차지했다.
올해 10월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박 철 시인의 심사로 결정된 최종 수상자 8명의 시상은 오는 12월 5일(토) 김포시 사우동에 있는 효원연수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포문학상’은 김포의 문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상은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회장 박미림)가 주최하고 우리의료재단 김포우리병원이 후원하는 전국 규모의 문학상이다.
지난 17회부터 응모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대상 상금도 500만 원으로 높여 지역 단위 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문학상으로는 상금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 김포문학상에는 시 부문에 177명이 885편, 소설부문에 74명이 74편, 수필부문에 75명이 150편 등 모두 326명이 1,109편의 작품으로 참여했다. 참가작품들은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 문학상 대상 1명, 각 분야별 우수상 3명, 신인상 4명이 선정됐다.

박미림 김포문인협회장은 “김포우리병원의 김포 문학발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 또 작품을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회원 79명의 김포문인협회는 1992년 창립한 김포의 대표 문학단체로 김포문학상 이외에도 ‘김포문학’(제37호) 발간, 김포문예대학(제21기) 운영, 김포시 백일장대회(제28회) 개최 등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19회 김포문학상

<대상>
            최재영(경기도 안성시)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

물에 젖기 위해
백년을 걸어가는 나무가 있지요
퉁퉁 부르튼 맨발 사이로
세상의 저녁은 소리없이 스며들고
다가오는 천년을 가만 응시하느라
나는 바싹 가물어 있었지요
간절함은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어
한 획씩 혈관을 파고 들어갈 때마다
산벚의 흰 그늘까지 움찔거렸겠지요
한걸음 걸을 때마다
제 근원의 몸부림으로 뜨거웠을 시간들
그때의 다급한 호흡은
어떤 이의 애달픈 기록이었을까요
산벚이 거느린 골짜기들이
일제히 먹빛의 힘으로 일어서는 저녁
경판에 서려있는 푸른 맥박소리
온 산 가득 울려 퍼지는데
먹물보다 진한 핏빛눈물 하얗게 쏟아지네요
오래 전 생의 바깥에 등불을 밝힌 이들은
지금도 구국의 화엄을 새기고 있을까요
봄이면 경판 속의 활자들 환하게 피고지고
짜디짠 소금기 허옇게 일어서는지
골짜기마다 산벚나무는 절뚝이며 피어나요
팔만의 꽃잎들이 봄의 한복판을 걷고 있어요


*산벚나무: 고려시대 몽골 침입 당시 조성된 팔만대장경의 경판으로 쓰였으며 벌채한 나무를 판자로 자른 후 소금물에 삶아서 그늘에 말린 후 옻칠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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