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만나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해 불교는 지금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 또 어떤 가치를 전하고 있을까.

지난 11일 개막해 14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1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진지하게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녹색불교가미래다’의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장
‘녹색불교가미래다’의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장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고 불교신문과 불광미디어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불교박람회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를 주제로 212개 전통문화 관련 업체가 참여해 350여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1~3관으로 구분된 이번 전시장에는 주제에 따른 특별전이 열린다. 특별전의 내용을 소개한다.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만스님)가 지난 2018년 금륜사를 시작으로 최근 광덕사까지 전국 27개 사찰에서 진행하는 ‘녹색사찰’ 운동을 통해 불교가 지향해야할 환경운동의 방향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업사이클링 특별전’ 전시관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업사이클링 특별전’ 전시관

녹색사찰이란 미래세대에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거룩한 불편함’을 실천하자는 것으로 사찰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비닐과 플라스틱을 최소화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대중이 생활하는 특성상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저감 운동을 통해 환경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특히 음식물줄이기 일환으로 불교의 전통 공양방식인 바루공양을 응용, 식사 후 그릇에 물 부어 마시기 운동은 불교식 생활의 대중화이기도 하다. 또 신도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숲강의와 환경강의도 병행한다.

많은 사찰들이 신도들과 진행하는 아나바다 운동을 ‘무소유’ 운동으로 바꾸는 활동도 제시한다. 가격을 매기지 않고 내게 불필요해진 물건을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함으로써 공유와 협업, 협동의 가치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업사이클링 특별전’ 전시관람 장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업사이클링 특별전’ 전시관람 장면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장은 “버드나무 한 그루의 수질 정화능력이 다른 나무의 20배에 달한다. 사찰에서 인근 개천에 버드나무를 심고, 일회용품을 대폭 줄이는 거룩한 불편함을 실천하는 것이 곧 녹색사찰이고,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숲이 사라지고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는 현실에서 불교가 산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는 협업과 공유, 협동의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법화경 정신의 회복이기도 하고, 고속 성장 대신 저성장을 통해 환경을 오랫동안 보존해야 한다는 명제이기도 하다.

국제불교박람회에서 만나는 ‘녹색불교가 미래다’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치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최영욱 화백 作 ’카르마’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최영욱 화백 作 ’카르마’

제3관 입구에 들어서면 낯선 소재로 만든 여러 생활용품이 눈에 들어온다. 장판으로 만든 가방, 안전벨트를 엮어 만든 가방, 낙하산으로 만든 신발, 커피포대로 만든 운동화, 비닐로 만든 여름 샌들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당시 사용했던 플래카드로 만든 가방도 있다.

환경 보존을 위해 그동안 인류는 재활용, 즉 리사이클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세계는 한발 더 나아가 폐기되는 물건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업사이클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터치포굿(대표 박미형)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직접 제작한 물품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옆 전시관에서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주소재로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자리해 ‘환경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발전성을 보여준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임옥상 화백 作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임옥상 화백 作

박미형 대표는 “세계에서 천여개 단체에서 업사이클링 활동을 통해 환경문제에 적극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쓸만한데도 버려지는 자원이 너무 많아 지구의 환경문제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를 재활용하는데서 한발 나아가 인류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불교미술품들과 만날 수 있는 제2관에 들어서면 하얀 벽 안으로 몇 점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영욱 화백이 달항아리를 그린 ‘카르마’와 임옥상 화백, 박진규 화백의 작품이다. 빌게이츠가 소장하면서 화제에 올랐던 최영욱 화백의 작품은 최근 완성된 것으로 그 안에서 ‘연기’ 사상을 옅볼 수 있다. 수많은 붓질을 통해 달항아리를 그려가면서 그 안에 생기는 빙열에 작가는 주목한다. 그 방열은 곧 나의 업보이기도 하고, 나의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모든 생명과 가치가 결국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통해 우리는 같이 나누고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작가는 전한다. 환경운동의 불교적 정신가치도 바로 그와 일치한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박진규 화백 作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초록1명상 展 박진규 화백 作

캔버스에 흙을 압착하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미술세계를 표한하고 있는 거장 임옥상 화백의 그림도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 캔버스에 내가 직접 그린 검은 먹물선 옆으로 자연스럽게 번져 만든 다양한 비침이 자리한다. 우리의 삶이 그렇고, 나로 인해 주변의 환경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박진규 화백은 크릴 물감을 캔버스 한쪽에서 흘려 만들어진 직선을 연결해 마치 내가 발한 빛이 다른 구슬을 비추고 다시 나를 비추는 인드라의 세계를 표현했다. 이같은 작품의 배경은 ‘명상’에 있다. 그림이 담은 뜻을 통해 인류의 지향해야할 가치, 즉 환경과 연대의 이치를 깨닫자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대마 줄기로 만든 가방들이 전시돼 있다. ‘농사가 예술이다’는 모토로 파주 DMZ구역에서 대마를 길러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쌈지농부 전시 관계자는 “대마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우수한 재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 문제로 심한 통제를 받으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농사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짓는 작업, 전통의 재료로 플라스틱 등 환경오염 물질의 생산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국제박람회에서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서 특별기획전이 담은 의미를 보면 이번 박람회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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