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타셀의 돼지들’ 시집으로 큰 주목

류민열 문화부장


오은. 1982년생. 2002년, 스무살이 되던 해  ‘현대시’를 통해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호텔 타셀의 돼지들’이란 첫 시집으로 큰 주목을 받은 오은 시인은, 이 시집에서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 전체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그만의 말놀이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꼬집었다. 평가는 엇갈렸다. 누군가는 그저 젊은 시인의 단순한 스타일뿐이라고 치부하기도 하였고, 누군가는 혁명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대립하는 만큼 또한 뜨거웠다. 어쩌면 그 뜨거움은 그의 차가운 말놀이 속에 이미 내재된 시인 자신의 열의일 수도 있었다. 그 뜨거움이 그의 다음 행보를 이어가게 했다.

오은 시인
오은 시인

이어지는 다음 시집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은 ‘서바이벌’ 규칙으로 대체되어 가고, 대체된 자리엔 쓸쓸함과 불안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이 무거운 사회의 분위기는 시인의 의도적인 ‘가벼운 말놀이 감각’으로 포착되어 전복되었다. “나에게 지렛대와 지탱할 장소만 준다면, 나는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던 아르키메데스의 말. 마치 오은은 가벼운 펜과 종이만 있으면, 그 아무리 무겁게 내려앉아가는 사회라도 건져올릴 수 있다는 듯, 가벼운 말놀이를 써내려갔다. 우리를 감싸고 돌던 무거운 분위기는 그의 시집 속에서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시인의 말이다.


‘왼손은 마음이 아파’에서 그 다음 ‘나는 이름이 있었다’로 이어지는 시집. 그 무거움 속에서 건져올린 오은만의 가벼운 말놀이 감각, 시인 김소형이 ‘오은어(語)’로 명명한 시인만의 리듬으로, 오은은 이전 시집들에서 취했던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보다 인간에 대한 미시적 접근에 무게를 두었다. 사회의 구조보다는 삶에, 기인이나 달인같은 특별한 사람보다는 우리 주변의 보통의 인간들의 내밀한 감정에 귀를 기울였다. 오은은 말한다. “나도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내밀한 기록 속에선, 보통의 인간들 속에 깃들어 있는 특별한 감정이, 삶 속에 녹아 있는 사회가, 여전한 그의 말놀이와 함께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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