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은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공연되기 어려웠던 <맥베스>를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2023년 올 한 해를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룬 베르디의 작품으로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베르디가 사랑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4월27일(목)부터 4월30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한 작품으로 꼽히는 <맥베스>는 맥베스가 반란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중 세 명의 마녀를 만나 자신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들으면서 시작된다. 이 예언을 전해 들은 레이디 맥베스는 그의 권력욕을 자극하고 결국 맥베스는 왕을 시해한 후 스스로 왕좌에 앉는다. 맥베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죽인 이들의 망령에 시달리며 욕망과 양심 사이에 괴로워하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베르디가 가장 심취했던 작가는 셰익스피어로 어린 시절부터 머리맡에 그의 희곡을 두고 반복해서 읽었다고 전해진다. 베르디는 그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 첫 작품으로 <맥베스>를 선택했다. 장면 전환이 많고 인물의 심리와 내면 갈등을 잘 그려낸 원작을 오페라로 그려내기 위해서 베르디는 음악에 맞춰 자신이 직접 이탈리아어 초안을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본 작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와 안드레아 마페이에게 수정에 수정을 요구하여 완성했다. 그가 이 작품에 쏟은 애정과 노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짐작게 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원작이라는 매력적인 요소에도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다. 10번가량 변화가 필요한 무대와 전통적인 오페라 소재로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의 부재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런 예외적인 요소들을 영리하게 이용할 예정이다. 무대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기보다 하나의 세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꾸며낼 계획이다. 또한 작품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붉게 물들어가는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의상을 통해서 이들 간의 연결성과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의 운명까지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팔렐라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야욕을 뜻하는 황금색이 점차 가득 차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의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오페라계의 젊은 거장 두 명이 손을 잡는다. 2016년 <오를란도 핀토 파초>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바로크 오페라의 진수를, 2022년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로 명료한 해석과 직관적인 무대를 보여줘 평단과 관객의 큰 호평을 받은 젊은 거장 파비오 체레사가 연출가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비며 ‘동시대 가장 설득력 있는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브 아벨이 국립오페라단과 첫 호흡을 맞춘다. 이브 아벨은 이번 작품을 두고 “<맥베스> 속 인물들은 복잡하며 단순히 흑백으로 나뉠 수 없는 인물이다. 베르디는 각 인물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걸작 오페라에 지휘자로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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