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PEC 본회의 ‘불참’ 선택…미국 외교 존재감 흔들리나

중국 시진핑 주석 ‘대조적 행보’에 현장 시선 집중…아시아 외교 지형 변화 가능성 제기

2025-10-31     최은남
미중 정상회담 종료. (출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조기 귀국을 선택하면서, 미국 외교력이 이번 지역 협의체에서 한층 약화된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회의장을 지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명확한 대비 효과는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발언권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시 주석과 약 1시간 40분간의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다른 정상들과의 다자회의에는 불참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이틀간의 방한 일정은 이로써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삼아 양자 협상을 선호하고, 다자주의 체제를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결정,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불참 방침 등 일련의 행보는 이러한 기조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선택이 동아시아 외교의 문화적 맥락을 간과한 판단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참석 그 자체’가 신뢰와 존중의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PEC은 세계 인구의 40%, 글로벌 무역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중대한 협의체로, 미국이 강조해온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불참은 전략적 메시지 측면에서도 일관성을 부족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제도적 틀에 제약받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은 외교적 상징성과 다자 외교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본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반대로, 자유무역 수호와 글로벌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연설과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에 따라 현장의 카메라와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이동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미 ‘포스트 미국 시대’를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이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의 후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또한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교적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