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페루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본격 추진
SIMA 조선소와 LOI 체결…올해 정식 계약·울산 공동설계 목표
HD현대중공업이 페루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전력 확보를 위한 공동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남미 지역에서 사실상 최초로 진행되는 잠수함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조선·방산 기술 협력 네트워크 확대와 지역 해양 안보 역량 강화에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울산 본사에서 페루 국영 SIMA 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체결은 작년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의 양해각서(MOU)와 올해 4월 국제 방산 전시회(SITDEF)에서의 합의각서(MOA)에 이은 후속 단계다. 기존 협력 의지를 구체적인 계약 논의 단계로 끌어올린 셈이다.
체결식에는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을 비롯해 방위사업청 관계자, 테레사 메라 페루 무역관광부 장관, 브라보 데 루에다 해군사령관, 폴 두클로스 주한 페루 대사 등 양국 정부·군·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LOI에 따라 양사는 잠수함 기본 설계에서부터 상세 설계, 생산 공정, 기술이전 범위 등을 단계적으로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해군·SIMA 소속 기술진과 함께 울산 조선소 내에서 공동 개발 작업을 수행하며, 페루 해군의 작전 환경과 운용 요구에 맞춘 신형 잠수함 모델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측은 올해 안에 정식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SIMA 조선소와 다목적 프리깃, 초계함(OPV), 상륙지원함 등 총 4척의 함정을 공동 건조 중이다. 잠수함으로 협력이 확대되면서 양국 해양방위 협력은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루이스 실바 SIMA 조선소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남미 해군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본격적인 잠수함 개발이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며 “페루 조선·방산 산업의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남미 지역 기술 자립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사장은 “수상함 공동 건조 협력 경험이 잠수함 사업으로 확장되며 양국 간 산업 협력의 깊이가 커지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의 설계·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페루 해군의 잠수함 전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방산 수출 확대, 남미 군수 네트워크 구축, 해군 전력 현대화 수요 대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