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 드러난 조상의 달빛…창녕조씨 명숙공 종가의 400년 이야기

율곡국학진흥원, 문중자료 특별전 개막…대원군 친필 간찰 등 60여 점 공개

2025-11-03     최은남
2025 문중자료 특별전. (출처: 율곡국학진흥원)

 

강릉의 오랜 향촌 문화를 지켜온 창녕조씨 명숙공 종가의 역사와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율곡국학진흥원은 오는 4일 본관 전시실에서 ‘2025 문중자료 특별전’ 을 개막하고, 창녕조씨 명숙공 종가가 소장해온 유물과 문헌을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문중자료 특별전은 강원국학진흥사업을 통해 국학 자료를 기탁한 문중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그 종가의 정체성과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선교장 종가에 이어 올해는 400여 년간 강릉 서지골에 뿌리내린 창녕조씨 명숙공 종가가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전시 제목인 ‘구름을 그려 달을 드러내다’(烘雲拓月) 는 종가 담장에 새겨진 문구로, 구름을 통해 오히려 달의 존재가 선명해지듯 종가가 지역 공동체 속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중심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종가가 기탁한 자료 중에서 가풍·학문·교류 관계·생활 문화 등을 보여주는 60여 점의 유물이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선보인다.

특히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직접 남긴 간찰 31점이다.

이하응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공개되는 간찰에서는 추사체 양식을 넘어 자신만의 필세를 완성해가는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화려한 무늬의 시전지(市廛紙) 가 사용된 편지들은 당시 중앙 지배층의 미감과 문화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율곡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한 종가의 전통과 생활사를 넘어 조선 후기 강릉의 향촌 질서 변화와 대한제국기 사상적 갈등의 단면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자리”라며 “자료 곳곳에 새겨진 정신과 미감을 통해, 지역 문화의 뿌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