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세대 AI 칩 생산 전략 가속…“삼성·TSMC와 협력, 자체 ‘테라 팹’도 검토”
머스크 “수요 폭증으로 공급만으론 부족…기가팩토리보다 대형 AI 칩 공장 추진 가능성”
테슬라가 차세대 자율주행 및 로봇 개발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칩 수급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의 신규 AI 칩 ‘AI5’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을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 팹’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AI5 칩은 최소 네 곳의 생산기지에서 제조될 예정”이라며 한국 삼성전자 공장, TSMC의 대만·텍사스·애리조나 공장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테슬라가 설계하는 칩에 대한 수요는 지금 예상되는 공급량을 넘어선다”며 “파트너사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결국 별도의 제조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우리는 TSMC와 삼성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속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기가팩토리보다 훨씬 큰 규모의 칩 제조 공장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당 공장의 지역, 일정 등 구체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이미 AI5 칩 이후 차세대 모델인 ‘AI6’ 개발 로드맵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AI5가 양산된 뒤 1년 이내에 동일 설비에서 AI6으로 생산 체계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AI6은 성능 지표를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개발하는 AI 칩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 대비 전력 효율과 비용 효율에서 앞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테슬라 칩의 소비 전력은 블랙웰 대비 약 3분의 1, 비용은 10%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엔비디아 칩은 범용 설계지만 테슬라 칩은 자율주행과 로봇이라는 단일 목적에 맞춰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또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능적인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력 효율적인 AI 칩이 필수”라며 “머릿속에 온통 칩 설계가 가득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주총에서 신차 및 로봇 관련 일정도 업데이트했다.
옵티머스는 연간 100만대 생산 시 원가가 약 2만 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자율주행 전용 서비스 차량 ‘사이버캡’은 내년 4월 생산 개시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트럭 ‘세미’는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차세대 스포츠카 ‘로드스터’ 2세대는 내년 4월 1일 공개 후 12~18개월 뒤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테슬라가 단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AI·로봇·반도체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