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가 물려주신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유진섭 시장은“무성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인류와 함께 유산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무성서원과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 등을 연계해 무성서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홍보 및 관광 자원화하는 데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성서원 사진=정읍시 제공
무성서원 사진=정읍시 제공

어우르는 삶의 고즈넉함이 담겨있는 무성서원
새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굵은 가지를 사방으로 뻗치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간결하고 우아한 건축물이 조화된 무성서원은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도 묻어난다. 홍살문을 지나면 유식 공간인 현가루, 학습공간인 명륜당,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이어지는데 간결하고 소박한 짜임새가 경쾌하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무성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을 엮어‘한국의 서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중에서도 무성서원은 흥선대원군의 대대적인 서원 철폐령 속에 살아남았던 전라북도 유일의 서원으로 1968년 사적 제166호로 지정되었다.

선비의 정신을 품다!
서원은 공부의 공간으로 치열한 이념과 정치 투쟁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조선 후기 선비문화를 주도했었고 그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무성서원은 우리나라 유학의 비조로 꼽히는 고운 최치원 선생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사 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을 짓고 최초의 향약인 고현동향약을 시행한 불우헌 정극인 선생 등 7분의 위패를 모신 서원이다.
향촌 사회에서 성리학 이념을 투영해 자체적으로 설립한 무성서원은 조선 시대 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다했다. 또, 예(禮)와 악(樂)으로 백성을 교화한 대표적 서원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신분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학문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기도 했다. 무성서원을 찾은 이들은“서원 내 건축물이 화려함보다는 간결하고 우아하며, 모든 건축물의 높이가 동일한 것은 평등함을 상징하는 듯하다”며 백성들을 향한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무성서원이 다른 서원들처럼 산수풍경이 빼어난 곳에 자리한 것과는 달리 향촌 내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향촌민과 함께 하면서 지역문화를 선도하며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려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사진=정읍시 제공
사진=정읍시 제공

천여 년 시간을 만나다!
무성서원은 1615년 서원으로 출발했다. 태산서원으로 불리다가 숙종 22년인 1696년 사액(賜額)을 받아 무성서원으로 개칭됐다. 고종 5년(1868년) 흥선대원군의 대대적인 서원 철폐령 속에 살아남았던 전라북도 유일의 서원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47개의 서원만 남았는데 전라도에서는 무성서원과 장성 필암서원, 광주 포충사만 헐리지 않았다.
무성서원 사당 한가운데에는 고운 최치원(857년 ~ ?) 선생의 위패와 초상이 모셔져 있는데, 그는 신라 말 태산(지금의 태인, 칠보 일대)의 태수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고 학문을 장려하였다. 무성서원은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생사당인 태산사가 뿌리다. 고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성서원은 천여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고운이 태산군의 태수로 부임한 886년경부터 계산하면 1,100여 년의 역사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산실
무성서원은 의병을 창의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듬해인 1906년 무너져 가는 국권을 되찾기 위해 무성서원에서 면암 최익현, 둔헌 임병찬을 중심으로 800여 의사가 참여한 호남 최초의 의병 활동을 일으킨 곳이다. 이곳에서 창의한 의병들은 전국으로 나아가 훗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의병의 모태가 되었다.
당시 의병들은 태인과 정읍을 거쳐 순창으로 진출하였으나 일본군이 아닌 조선 진위대가 진압하러 오자 같은 민족끼리 싸울 수 없다며 자진 해산했다.
이때 붙잡힌 면암은 대마도로 유배됐다가 단식으로 순국했고, 둔헌은 고국으로 돌아와 독립운동에 헌신하던 중 일본군에 잡혀 거문도에서 순국했다.
시는 항일 구국 의병들의 호국정신과 의로운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2년 무성서원에 병오창의기적비(丙午倡義記蹟碑)를 세워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있다.

무성서원의 가치를 더 널리...
민선 7기 정읍 시정은 정읍 발전의 잠재력을 촉발시킨 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그중 무성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가장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로 대한민국 대표 선비의 고장으로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시는 무성서원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온전히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보존 관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시는 다양한 홍보 채널 확보와 함께 무성서원을 활용한 사업과 공연ㆍ강좌ㆍ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최치원의 사상과 현가루에서 피어나는 풍류(風流)와 도(道)에 대한 강좌가 진행된다. 또 무성서원 본래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전통문화 재현 및 병오창의 기념제를 진행하고 서원과 주요 역사 관련 장소를 답사해 예절·다례·사자소학 등을 배우고 체험하는 서원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시는 무성서원 둘레길을 조성하고 유네스코 등재 1주년 기념식과 축하 행사 등 마련으로 시민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정읍시 제공
사진=정읍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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