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훈 건축가, “그림으로 세상을 짓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중동국가연합 큰 행사 때 문훈 소장을 만났다. 나에겐 신선한 시각을 갖게 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정장을 차려입고 마음껏 자세를 잡으며 나라별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려 서로 눈치 보고 있는 사이에 가지각색 마크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잠바를 입고 긴 머리를 한 이국적인 남미계 남성처럼 보였던 이가 바로 문훈 소장이다.

문훈발전소, 문훈 소장
문훈발전소, 문훈 소장

강원도 영월군 출신이지만 결코 산골 지역으로만 보면 안되는 이유

문 소장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은 7~80년대 한국을 먹여살렸던 ‘텅스텐 광산’ 회사가 즐비했던 지역이라 수도권의 인재들이 다 모인 지질학 그리고 광물학의 메카로 불린 곳입니다. 질 높은(기준은 돈벌이?)가족 단위가 많이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의 의식 문화 등을 잘 접할 수 있었죠”라며 “저희 아버지가 지질학으로 호주 태즈마니아 지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가족들이 전부 이민을 갔어요. 제가 갔던 태즈마니아 지역엔 한국인이 전혀 없다보니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생각나는대로 그리다 보니 몇 십 점이 됐어요. 다니던 호주 학교 미술실엔 많은 재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보니 기하학적 그림 등 나름 다양한 작품 아닌 작품들이 탄생 했다고” 웃는다.
우연히 한국전을 참전한 영국 국적을 소유한 미술 선생님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학교 도서관에서 너만의 전시회를 개최해보자고 독려를 주실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교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이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조건일지 모른다.
문 소장은 “전시회 날짜가 잡혀서 준비하는 기간에도 선생님과 학부형 그리고 친구들의 협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림도 몇 점 팔아보는 경제 교육도 자연스럽게 습득했던 교육 시스템이 좀 부러웠다고 말이다.

 

중동국가와 인연을 맺다

2018년에 아랍에미리트 엑스포 전시회 공모전에 출전해서 당당히 ‘회전 큐브 픽셀(1,590개)’ 한국관으로 선정됐다. 너비 약80m에 높이 25m의 웅장한 회전 큐브 픽셀 전광판이 다양한 표현을 연출함으로써 중동 속의 한국을 다이내믹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문 소장은 “아랍에미리트 엑스포 한국관 공모전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할 때 자신이 있었어요. 한국관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설치 한다면 한국적인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해서 한국식 성(城)을 표현하자고 결정했죠. 심사위원들도 가장 높이 평가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라고 웃으며 말한다. 2020년 오스카 시상식이 떠올랐다. ‘기생충’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할 때 수상 소감으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언을 인용했던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오버랩 됐다.
문훈 소장의 남다른 생각과 상상이 창의력으로 발휘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주택 정책은 다양해야 되고 우리 모두는 교육적 사고로 전환 가능한 인식을 갖춰야

주택이 우리에겐 있는 듯 없는 듯 한 당연한 존재여야 하지만 현실은 투자처 통로와 수익을 내야 하는 돈줄로 보는 시각으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주택 정책도 일률적 공동주택 공급만을 내놓는 현실이 안타깝고 다양한 지역의 특색과 살아가는 삶의 질도 높여야 되는 세밀한 정책의 부재가 현실이다.
문 소장은 “주택 정책도 다양해야되고 우리도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주택을 투기와 한 몫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봅니다” 라고 말한다.
주택을 질때도 환경과 안락함을 고려해서 져야되는 시대라고 한다. 인위적으로 단열재를 두껍게 시공한다든지 고효율 냉.난방도 좋지만 건축물 설계부터 내부 자연 환기를 위한 대류 형성 높낮이 설계가 오히려 삶의 질과 친환경에도 좋다고 보는 것이다.

문훈발전소 문훈 소장(왼쪽)과 코리아포스트 편집부국장 성정욱 
문훈발전소 문훈 소장(왼쪽)과 코리아포스트 편집부국장 성정욱 

공공적 계획은 곧 개인이 행복할 때 모두의 계획이 되는 것

미술과 예술의 공통점은 공공을 위한 것을 잊고 존재하지만 결국 개인들에게 무언가 영감을 주고 삶의 이정표도 제시하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문 소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공공의 목표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처음부터 잘못된 공공의 목표가 정말 이루어진다면 잘못된 목표가 달성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걱정은 안 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다 보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공공의 목표도 이루어 질 수 있으니까요” 라며 “앞으로 다양한 국가와 사람들이 저에게 의뢰가 요청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개인적으로 잡은 목표인 ‘뿌리있는 유목민’처럼 사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다니고 싶지만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내 나라 한국으로 말입니다”라고.
그림으로 세상을 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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