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36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생일 관련 글이나 기사를 전혀 싣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로, 김 위원장 뒤로 '자력갱생'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로, 김 위원장 뒤로 '자력갱생'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보인다. (연합뉴스)

보통 날과 다름없는 지면 구성으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신문 1면은 김 위원장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자력갱생 정면돌파' 노선을 뒷받침하는 사설과 사진들로 채웠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방송도 오전 내내 조용하다.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 역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새 전략무기' 공개 등의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보도날짜) 새해 첫 시찰로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은데 이어 생일인 이날도 외부 일정을 소화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 매체 관행상 당일 보도는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5번째 생일은 중국에서 맞았다. 생일 당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환영만찬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북한 매체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처럼 조용한 '김정은 생일'은 그의 집권 이후 9년째 계속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로 떠들썩하게 기념하는 선대 지도자들의 생일과 대조된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각각 '태양절'(4월 15일)과 '광명성절'(2월 16일)로 부르며 모두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김 주석의 생일은 1974년,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은 1982년 각각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때는 김 주석이 집권하던 시기였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돼 활발히 활동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는 40세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되고 2012년부터 북한의 최고권력을 승계했지만, 생일은 2014년에야 처음 '확인'된 정도다.

중앙통신이 2014년 1월 9일 보도에서 당시 방북한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원수님(김정은)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8일 농구경기를 조직했다"고 언급하면서다.

이어 중앙통신은 2016년 10월 "다음 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하겠고 했으나, 막상 2017년 생일에는 아무런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북한 외국문출판사의 올해 달력에도 1월 8일은 여전히 평일로 인쇄돼 있다.

선대와 달리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대외적으로 선포하고 축하하지 않는 것은 그가 아직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생일을 김일성·김정일의 생일과 같은 '반열'에 올리는 데 대한 부담과 '선대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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