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사람: 김진일 이사장)

한국 물류산업 전망과 메가시티 구상

김진일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통합물류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고 만 40년을 물류업계에 종사한 ‘물류인’이다.

1983년 종합물류회사 ㈜해우GLS를 설립하여 1987년 한국 최초로 정밀장비 운송에 필요한 ’에어쿠션’을 개발하는 등 기술혁신에도 앞장서 왔고, 특히

최근 특수 설계한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제작, 대당 3,00억원 상당의 고가 반도체 장비를중간 상하역단계없이 곧바로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신속 안전하게 수송하는 특송 혁신을 이루었고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글로벌종합물류회사로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는 창립자 김진일 회장의 40년간의 끈임없는 물류 프로세스 혁신과 축적된 물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김진일 이사장을 만나 한국 물류산업의 전망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가시티’에 대한 구상을 들어본다.

한국 물류산업의 전망.

수십 년 전 한국 경제는 제조업의 길을 선택해 성장했으나 이제는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을 찾아야 하며 물류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물류를 대한민국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네델란드 등 강소국은 물류산업을 국가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우리 한국도 물류산업을 산업화해야한다. 물류산업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정부 정책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며 물류산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3곳으로 쪼개져 있다.

김진일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분야와 도로.창고 등 물류에 필요한 인프라를 담당하며, 해양수산부는 해운분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과 물류 전반을 담당하는 식이다. 3개 부처로 나누어진 기능을 합치어 ‘물류산업부’를 만들고, 대통령 직속 ‘국가물류산업화 추진본부’도 신설하여 물류산업의 콘트롤 타워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업 혁신을 많이 얘기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물류혁신이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등 기술혁신으로 물류의 생산, 보관, 운송이 최적화되면 비용이 절감되어 산업 경쟁력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물류를 제조업에 이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당할 ‘제2의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세계 2위 해운업체 MSC는 스위스 기업이다. 바다도 없는 내륙국가 스위스가 글로벌 해운업계 강자를 키운 것이다. 국가가 해운업을 유력 산업으로 육성했다고 봐야 한다. 비결은 ‘금융의 힘’ 이었다고 생각한다.

1983년 종합물류회사 ㈜해우GLS를 설립
1983년 종합물류회사 ㈜해우GLS를 설립

 

해운사가 선박을 새로 구입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운뿐 아니라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한 금융.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농협을 모델로 한 ‘물류산업협동조합’과 ‘물류산업은행’ 설립이 한 가지 방책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특송업계 1위인

독일 DHL의 메출액은 2020년 기준 90조5200억원이다. 매출 수조 원을 올리는 국내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와 비교해도 초대형 공룡이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역시 덩치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기업별 자가 물류보다 제3자 물류를 키워야 한다.

메가시티 구상, 접근방식부터 바꿔야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당론으로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추진하면서 ‘메가시티’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또한 조경태 위원장의 “서울이 기폭제가 돼서 서울.부산.광주의 3축 메가시티, 더 나아가서 대전과 대구를 잇는 ‘초광역 메가시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는 입장 발표로 ‘메가시티’ 논란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40년 이상 물류분야에서 종사한 기업인의 입장에서 답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메가시티와 같은 국가의 대사는 범정부적 차원의 다각적인 검토와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편익 증진과 행정개편이라는 단편적이고 미시적인 접근방식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갈등의 씨앗이 된다. 메가시티에 대한 구상은 국가의 혁신 성장과 국토의 업그레이드, 더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오늘날 도시 집중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인구 수천만의 초광역 메가시티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세계 경제와 산업도 클러스터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서부의 LA와 샌프란시스코, 동부의 뉴욕과 펜실베니아 그리고 일본의 도쿄-오사카-나고야 3축은 주변 권역을 아우르면서광범위한 메가시티 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고 도시간의 경쟁시대가 본격화 된 것이다. 메가시티가 항공기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로 서로 연결되어 각기 하나의 도시 국가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수도권과 부산권 광주권 등 메가시티가 20분대 교통망 구축이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서울에서 부산이나 광주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업무를 보고 저녁은 집에서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면. 공상과학 만화에나 나오던 이야기가 현실로 가깝게 다가오고있다. 2013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 서부도시를 터널처럼 생긴 진공튜브 내에 차량을 초고속으로 이동시키는‘하이퍼루프’의 콘셉트를 세상에 공개한 뒤 세계 각국은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사업화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초고속 자기부상 시제 차량과 추진기술의 개발과 단거리 주행시험에 성공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선두그룹에 속해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최고 시속 1,200km인 한국형 하이퍼루프 캡슐 트레인 상용화에 성공하면 서울과 부산까지 KTX로 2시간30분 걸리거리를 20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메가시티의 성공은 이같은 차세대 운송수단에 달려있다.

정치권은 힘을 모아 초고속 캡슐 트레인의 도입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며 국가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메가시티는 권역별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학과종합병원, 제조공장, 기업 등이 권역별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전 국토에 골고루 분산 재편된다면 지금과 같은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부작용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속에서 제조업의 길을 선택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지금은 IT,반도체, 2차전지, 조선, 방산, 원자력 등 첨단 전력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는 미래성장의 동력을 물류의 산업화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물류시장 규모는매년 10%씩 성장하여 2030년에는 16조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4차물류서비스 업그레이드와 물류산업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글로벌 물류 최상국이 되기 위한 천혜적인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2035년 전후하여 북극 해빙으로 인한 상업선박의 운항이 가능해지면 아시아권 대부분의 선박은 부산을 경유해 유럽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여 네델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2만km의 항로가 북극항로로 대체되면 약 7천km의 단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북극해 운항로 개설로 부산이 아시아권 최대 허브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부산항을 중심으로한 조선사업과 해운산업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최대 해운 물류 강국이라는 꿈을 펼칠 수 있는기회가 된다. 한국은 해상 물류뿐 아니라 대륙철도를 이용한 육상물류의 종기착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유럽까지 철도화물 운송과정은 너부 복잡하다.

배로 화물을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긴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합의로 철도가 연결될 경우 우리의 철도권역은 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까지 확장된다. 더욱이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가스간 건설이 가시화 될 경우 한국은 동북아 자원과 유통 물류의 중심국가로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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