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재가동된 협상, CBAM·관세가 핵심 쟁점…뉴델리에서 최종 조율 돌입
인도와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막판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철강·자동차 분야 관세 조정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최대 관심 사안을 중심으로 다음 주 인도 뉴델리에서 고위급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 상공부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협상의 건설적 결론을 목표로 EU 무역 협상단이 뉴델리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6∼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인도 피유시 고얄 상공부 장관과 EU 마로스 세프코비치 무역 담당 부위원장이 직접 만나 협상 진척을 확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얄 장관은 “양측이 상당수 쟁점을 정리한 상태”라고 전했지만, EU가 2026년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고탄소 제품에 부과하려는 CBAM과 자동차 관세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인도는 철강 및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인하 속도를 조절하고 싶어하며, 반대로 EU는 인도 시장에서 자동차·주류 등 자국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또는 대폭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EU는 인도의 최대 상품 교역 파트너로, 양측의 연간 교역 규모는 약 1,375억 달러(약 20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인도 전체 교역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FTA가 체결될 경우 상호 시장 확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상은 2007년 시작됐으나, 특허권 보호·관세 구조 문제 등으로 2013년 중단된 이후 9년 만인 2022년에 재개됐다.
올해 들어 협상 속도가 더욱 빨라진 데에는 미국의 대외 관세 정책 변화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로 미국의 보복성 50% 관세 압박을 받고 있으며, EU 역시 미국으로부터 무역합의 이행 이후 추가 개방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프코비치 EU 부위원장은 “이번 협상은 인도와 EU 간 정치적 신뢰의 깊이를 반영한다”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도출해 무역과 경제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얄 장관 역시 “서로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