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계기 정상회담…관세·무역 갈등 완화 의지 재확인, “양국은 파트너이자 이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관계를 다시 ‘관리 가능한 상태’로 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30일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확전 자제를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9년 일본 G20 회담 이후 6년 4개월 만의 공식 대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2기 출범 이후 미중 간 고율 관세, 공급망 봉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나 최근 다섯 차례의 실무급 무역 협상이 진행되며, 관계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시 주석은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중은 규모와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의견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기본 방향을 함께 잡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양국 무역대표단이 말레이시아에서 CBAM(탄소국경조정제)·철강·자동차 관세 등을 논의하며 일정 부분 합의를 도출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 내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직접 거론하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부상 = 미국의 쇠퇴”라는 ‘제로섬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시 주석은 이어 “중미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양국이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현안 개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갈등 완화에 진지하다. 가자 휴전 협정과 동남아 국경 문제 협상 등 여러 사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양국이 글로벌 문제 해결의 ‘책임 국가’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는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외교·경제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동행했다. 양국 관계 조율을 위한 실무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시 주석은 이번 경주 APEC 참석을 계기로 2박 3일간 한국 체류 일정에 돌입했다. 11월 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어 지역 경제·공급망·문화 교류 등 양국 협력 논의가 전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