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한국 전면 개방 동의” 주장에 한국 정부 즉각 반박…반도체 관세도 추가 협상 가능성

함께 이동하는 김정관-러트닉. (출처: 연합뉴스)
함께 이동하는 김정관-러트닉. (출처: 연합뉴스)

 

경주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한미 무역합의가 공개 하루 만에 양국 간 해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시장 개방 및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기존 발표와 상반되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향후 문서화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시간 지난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한국이 자국 시장을 100% 완전히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산업에 대해 개방이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미국 내 정치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을 포함해 추가적인 관세 철폐나 시장 개방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은 이미 99.7% 수준으로 미국에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논란은 반도체 관세에서도 이어졌다.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적용받는다는 합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해왔다. 이 발언은 미국이 향후 반도체 관세 부과를 별도 협상 카드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양국 간 해석 차는 이번 합의의 문서화 단계에서 재점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사례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대부분이 대출·보증 구조였으나, 미국이 현금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서 일부 조건 조정이 이뤄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발표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자금 배분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한화오션 인수)를 언급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광물, AI·양자 기술 등이 주요 투자 분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유리한 방향으로 메시지를 내놓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아직 대만과의 무역 협상 결과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 문제가 향후 다자 전략 환경 속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 관련 문안은 막판 조율 중이며 한국의 최종 입장은 명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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