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젭바운드 가격 최대 80% 인하 발표…“메디케어·저소득층 지원 확대, 약값 부담 실질 완화 기대”
미국에서 고가 논란이 이어졌던 비만 치료제 약가가 대폭 인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합의를 통해 비만 치료제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대표적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노보 노디스크)와 젭바운드(일라이 릴리)는 한 달 기준 1천달러(약 15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돼, 보험 적용이 불완전한 미국 의료체계 내에서 많은 소비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접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제약사는 미국 환자들이 다른 선진국과 동일한 비용 수준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약가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고비는 월 1천350달러에서 250달러, 젭바운드는 월 1천80달러에서 346달러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또한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적용 대상에게는 정부 보조를 통해 환자 부담금이 50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비만 치료제가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당뇨·만성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의학적 치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는 3년간 미국 내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 관세를 면제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약가 인하로 제약사 매출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이용자 기반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매출 손실을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약가 인하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으나, 일라이 릴리 측은 “가격 조정 이후 판매량 확대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재무 전망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BMO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 에번 시거먼은 “두 기업은 메디케어 가입자라는 거대한 잠재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단기 수익성 악화보다 장기 성장력이 더 주목할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미국에서만 과도하게 높은 약가를 부과한다”고 비판해왔다.
65세 이상과 저소득층 의료제도 중심의 공적 의료보험 확대 전략과 관세 정책을 결합한 ‘압박과 유인 병행’ 방식이 이번 합의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연내 개설 예정인 약품 직구 플랫폼 ‘TrumpRx’를 통해 소비자가 약을 직접 구매하는 구조가 마련될 예정이어서, 미국 내 유통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