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형 토이·디저트·향수 등 ‘비기능적 만족’ 소비 확산

중국 팝마트의 캐릭터 '라부부'. (출처: 연합뉴스)
중국 팝마트의 캐릭터 '라부부'. (출처: 연합뉴스)

 

중국 쇼핑몰의 매장 배치가 조용히, 그러나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 1층 핵심 자리를 차지하던 명품 브랜드 대신 감성 소비를 자극하는 아트토이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전면에 배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주요 쇼핑몰 사례를 소개했다. 내년 초 이 쇼핑몰의 1층에는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Pop Mart)’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위치가 나이키 에어조던 매장이 사용하던 자리이자, 프라다 매장 바로 맞은편, 티파니앤코 매장 옆이라는 것이다.

고급 패션·주얼리 옆에 ‘토이샵’이 당당히 입지하는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SCMP는 “중국 소비자들이 전체적인 지출은 줄이면서도, 감정적 만족을 주는 소비에는 흔쾌히 지갑을 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팝마트, 젤리캣, 탑토이 등 수집형 장난감 브랜드, 그리고 프리미엄 밀크티·향수·캠핑 브랜드들은 쇼핑몰의 핵심 동선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사 JLL 차이나의 재키 주 연구원은 이 현상을 “비(非)기능적 만족 소비 트렌드”로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이 단순히 ‘유용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구조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 속도의 둔화가 자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중국 내수 시장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3% 상승에 그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감성 소비 브랜드의 실적은 눈에 띄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팝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5% 급증했고, 음료 체인 미쉐빙청 역시 같은 기간 39% 성장했다.

한편 명품 소비는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명품 시장 규모는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지속 하락세이며, 올해도 최대 5%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그 결과 쇼핑몰 공실률이 상승하고, 임대 수익도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전국 쇼핑몰 공실률은 현재 10.5%로, 팬데믹 이전(2019년 8% 미만) 대비 크게 상승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핵심 도시 역시 공실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평균 소매 임대료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6% 하락했다.

KPMG 중국의 앤슨 베일리는 "중국 내 신규 오프라인 매장 설립 속도 자체가 둔화하고 있으며, 올해 완공된 상업 매장 면적은 2021년의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중국 쇼핑몰의 중심은 ‘명품을 사는 공간’에서 ‘감정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중국 소비 시장이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저작권자 © The Korea 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