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내수 부진·현지 브랜드 부상 여파…CPE위안펑, 3억5천만달러에 버거킹 中지분 83% 인수
미국의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Burger King)이 중국 시장에서 경영 주도권을 넘겼다.
스타벅스에 이어 또 하나의 미국 외식 브랜드가 중국 자본의 품으로 들어가며, 글로벌 외식 산업의 세력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버거킹의 모회사인 RBI(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는 최근 중국 사모펀드 CPE위안펑(CPE Yuanfeng)과 3억5천만달러(약 6천6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버거킹은 중국 사업 지분의 83%를 CPE위안펑에 매각하고, 나머지 17%만 보유하게 됐다.
CPE위안펑은 중국 내 기술·산업·소비재 분야에 폭넓게 투자해온 사모펀드로, 특히 ‘팝마트(Pop Mart)’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미쉐빙청(蜜雪冰城), 아이얼안과(愛爾眼科), 라오푸골드(老鳳祥) 등 굵직한 중국 상장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PE위안펑은 향후 5년 안에 중국 내 버거킹 매장을 1,250개에서 2,500개로 두 배 확대하고, 2035년까지 4,0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중국화(localization)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버거킹은 2005년 중국 진출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식 산업 전반이 침체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소비 둔화와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번 매각은 미국계 외식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버거킹의 매각은 이달 초 스타벅스(Starbucks)가 중국 사업 지분의 60%를 사모펀드 보위캐피털(博裕資本, Boyu Capital)에 넘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뤄졌다.
스타벅스는 1999년 베이징 진출 이후 중국 내 8,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공격적 확장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가 전략을 내세운 중국 토종 브랜드 ‘루이싱커피(Luckin Coffee)’에 밀리며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루이싱커피는 2022년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최대 커피 체인 자리를 차지하며, 글로벌 브랜드의 위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버거킹 매각이 단순한 지분 거래가 아닌, 글로벌 외식 산업 패권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중국 자본이 세계 브랜드를 ‘현지화’해 재편하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과 문화 적응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식 외식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